연기緣起란? ‘인연소기因緣所起’의 줄인 말로서 모든 것은 서로 주고받는 상관관계로서 하나로 연결되어 존재한다.’는 원리입니다. 따라서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의 존재법칙을 말하는 것이며, 연기를 가장 잘 나타내는 말로는
“이것이 있음으로써 저것이 있고(차유고피유此有故彼有),
이것이 생함으로써 저것이 생한다(차생고피생此生故彼生).
이것이 없음으로써 저것이 없고(차무고피무此無故彼無),
이것이 멸함으로써 저것이 멸한다(차멸고피멸此滅故彼滅).” <잡아함경 권15>
이 말은 ‘우주 만상은 서로 주고받는 상호의존의 관계로써 존재할 뿐 독립되어 스스로 존재할 수 있는 것은 단 하나도 없다.’라는 뜻입니다. 따라서 ‘연기를 보는 자는 법法(진리)을 보고, 법을 보는 자는 연기를 본다.’라고 말합니다.
모든 존재가 시간적 공간적으로 서로 의지하여, 또는 여러 가지 조건에 의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밝힌 것입니다. 즉 일체의 것은 모두가 그럴만한 조건이 있어서 생겨난 것이며, 또한 그 조건만 없어지면 그 존재도 있을 수 없게 된다는 말입니다.
인연화합因緣和合에 의해 어떤 결과가 발생하게 되면, 그 결과는 다시 그를 포함한 다른 모든 존재에 대해서 직접-간접의 영향을 미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그것은 단순히 결과로서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원인이 되고 연緣이 되어 다른 존재에 관계하게 된다는 말로, 이를 ‘상의상관성相依相關性’이라는 술어로 나타내기도 합니다.
이것과 저것이라는 말은 단순한 두 가지를 지적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간의 상의성相依性을 가지고 존재하는 모든 것들을 대표하는 것으로 만유萬有는 공간적으로나 시간적으로나 하나도 독립됨이 없이 서로 서로가 인因이 되고 연緣이 되어, 서로가 서로를 의지한 채 인연생기因緣生起(연기緣起)하고 있다는 결론인 것입니다. 이러한 원리 속에는 우연히, 홀연하게 또는 조건 없이 존재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뜻입니다. 세상의 모든 것이 연기의 원리로 구성되어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에, 거대한 천체로부터 미생물에 이르기까지 모든 존재는 서로 원인이 되고 결과가 되면서 우주의 신비롭고 불가사의한 현상을 전개시키고 있는 것입니다.
여기서 잠시 우주와 나는 어떤 관계일까요? 내가 잘 살아야 120년 정도의 수명을 지니고 있으며, 내가 살아가기에는 지구도 너무 크다고 생각되어지는데 무한히 커다란 우주가 왜 필요하며, 137억년이라는 긴 시간은 나와 무슨 관계가 있을까? 이런 의문이 들것입니다.
인간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태양 에너지가 있어야하며, 그 외에 탄소, 산소, 질소, 철과 같은 92가지의 원소와 철보다 무거운 방사성 원소도 지열地熱의 원천으로서 생명체가 살아가기 위해서는 꼭 필요합니다. 그러나 우주의 탄생 초기에는 수소(H)와 헬륨(He)과 약간의 리튬(Li) 밖에 없었습니다.
이 세 가지 보다 무거운 원소를 만들기 위해서는 태양 질량의 수백 배에서 수천 배에 이르는 우주 탄생초기에 만들어진 거대한 별들(초신성超新星, Supernova)의 폭발이 필요했으며, 초신성들은 태양이 생기기 훨씬 오래 전에 폭발하여 무거운 원소들을 우주에 뿌려놓고 사라졌습니다. 이때 만들어진 원소들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라는 행성에도 존재할 수 있게 되었으며, 이모든 것들과 우리는 연기되어 그 존재가 가능한 것입니다. 따라서 내가 존재하기 위해서는 우주가 시간적으로는 137억년이라는 긴 시간이 필요했으며 공간적으로도 지금처럼 커야 되는 것입니다.
무엇이 생겨날 때는 반드시 다른 것들과 연기되어 생겨나기 때문에 그때그때 가장 알맞은 것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인간이라는 최고의 고등 생명체가 가장 늦게 생겨난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한번 생겨난 것은 어떠한 경우에도 없어지지 않고 또 다른 것들과 연기의 관계가 형성됩니다. 공룡이 없어졌다고 알면 대단히 잘못 아는 것입니다. 비록 공룡이라고 하는 형태는 사라졌으나 현재 존재하는 모든 것들에 공룡을 형성하고 있던 성분(소립자)이 다 들어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모든 것은 연기의 관계로 하나 되어 있다.’라는 것이 존재의 원리(진리)입니다. 이것을 다른 말로 표현하면 ‘만상은 둘이 아니다(불이不二), 다르지 않다(불이不異), 같다(즉화卽化).’라고 하며, `연기緣起이기 때문에 공空한 것이다.’ 라는 의미에서 `연기공緣起空’이라 합니다.
생명체가 진화한다는 것은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변화를 말하기 때문에 진화는 연기관계를 가장 잘 말해주고 있습니다.
아마존 강에 살고 있는 식물들 중에 그들을 먹고사는 동물들의 먹이가 되지 않기 위해 표면을 매우 거칠게 변화시키는 것은 연기에 의해 진화한다는 사실을 잘 말해 준다고 할 것입니다. 만약에 서로 독립되어 존재한다면 진화를 할 필요가 없어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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