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절은 꼭 불교신자가 아니라도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절입니다. 절은 두 가지 종류의 절이 있습니다. 종교적인 목적을 가진 호법 사찰이 있고, 나라를 보호하기 위해 지은 호국 사찰이 있습니다. 가령 사천왕사는 종교와는 전혀 상관이 없고 오직 신라가 당나라를 물리치기 위해서 지은 절이기 때문에 호국 사찰입니다. 이런 호국 사찰은 비록 사찰이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종교적으로 보시면 안 돼요. 이런 절은 역사적으로나 국가적인 안목을 갖고 보셔야 합니다. 황룡사 9층 탑도 오직 호국을 위해 지은 겁니다. 주변 나라의 침공을 막기 위한 목적으로 탑을 세운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절이 흥하면 나라가 흥한다

천룡사도 그런 호국 사찰입니다. 삼국유사의 기록에 의하면, 신라시대 때 중국에서 온 사신 악붕귀(樂鵬龜)가 이 절을 보고 말하기를, ‘이 절이 망하면 나라가 망하고, 이 절이 흥하면 나라가 흥한다’라고 했다 합니다. 그 후 새로운 나라를 건국한 사람은 반드시 이 절을 중창해 온 역사가 있습니다.

 

우리는 이곳에 종교적인 목적으로 절을 지을 아무런 이유가 없습니다. 요즘 같은 세상에 차가 진입할 수 없는 이런 곳은 효용 가치가 전혀 없거든요. 게다가 코로나 사태 이후 정토회는 기존에 있던 법당도 모두 없애고 온라인 방식으로 전부 전환을 했기 때문에 더더욱 절을 짓겠다고 할 이유가 없죠.

 

그러나 이곳은 역사적으로 유서가 깊은 곳입니다. 용성 조사님의 예언에 의하면 앞으로 대한민국은 크게 융성하는 나라가 되는데 그렇게 되기 위한 국운의 출발이 이곳 천룡사 복원이라는 것입니다. 그 원년이 2025년이라고 말씀하셨어요. 그래서 저희 은사 스님이신 도문 큰스님은 그 뜻을 이어받아서 이곳 부지를 매입해서 작은 절을 짓고 평생 천룡사 복원을 위해 노력해 오셨습니다.

 

그게 진짜냐 아니냐 이런 사실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런 기운이 옛부터 서려 있는 곳이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런 호국적인 의미가 있는 곳이니까 혹시 종교적인 의미로만 이 절을 바라보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저는 종교적인 이유나 개인 또는 집단의 이익 때문에 이 절을 복원하려는 게 아닙니다.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이 이루어져서 국운이 융창해질 수 있게 한다는 염원을 갖고 이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냥 단순히 스님이 하는 일을 돕는다는 차원이 아니라 이런 뜻에 동의하시는 분들이 자원봉사도 해주고 있고, 많은 관심을 가져주고 있는 거예요. 여러분도 그런 뜻있는 일에 동참한다고 생각해 주시면 좋겠어요.

 

 

조선시대 후기에 이 절에 계시던 스님들은 임금이 주인이 아니라 백성이 주인이 되는 세상을 꿈꾸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호국의 의미를 담아 묘법연화경을 간행했다고 해요. 저 아래에 큰 창고 유지가 발견되었는데, 발굴단장님의 설명에 의하면 불경을 간행하는 도감이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마을에서 유생들이 올라와서 이 절에 불을 질러 버렸어요. 그래서 이곳이 폐허가 된 겁니다.

 

백성이 주인 되는 세상을 꿈꾸었던 곳

당시에 이 절에 계시던 조실 스님이 새로운 세상을 꿈꾸며 제작한 종을 보호하려다가 불에 타서 돌아가셨고, 조실 스님을 시봉 하는 스님은 조실 스님을 구하려다가 화상을 입었습니다. 그 일이 있은 후 살아남은 그 스님이 이 빈터에서 묵언 정진을 했다고 합니다. 그분을 용성 조사님이 시봉 했습니다. 지금은 비록 폐허가 되었지만 이곳에는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개벽 사상이 이어져 내려왔던 곳이에요.

 

 

용성 조사님 이전에 그 스승인 혜월 화상은 수운 최제우 선생과 인연이 되어 동학을 창시하는 과정에도 깊이 관여했습니다. 그 영향으로 수운 최제우 선생의 제자인 손병희 선생님과 혜월 화상의 제자인 용성 조사님이 의기투합해서 3.1독립 운동을 일으켰습니다. 3.1독립 운동에 기독교가 참여하게 된 것도 사실은 용성 조사님이 손병희 선생님을 설득한 결과입니다. 그 당시 교세로 보면 천도교는 300만의 신자가 있었던 반면 기독교는 아주 미약해서 천도교 입장에서는 기독교와 같이 운동을 할 필요가 없었어요. 그런데 용성 조사님이 이렇게 설득했습니다.

 

‘크고 작은 것을 따지지 맙시다. 천도교 혼자서 하면 천도교의 독립운동이 되지 국민운동이 될 수가 없습니다. 불교, 기독교와 같이 해야 국민운동이 될 수 있습니다.’

 

윗대 스승으로부터 이어져 내려온 깊은 인연이 있었기 때문에 손병희 선생이 용성 조사님의 제안을 선뜻 수용했던 겁니다. 그런 인연이 없었다면 이런 제안을 받아들일 이유가 없었겠죠.

 

후손들을 위해 새로운 희망을

당시에는 독립운동의 역사를 모두 숨겨야 했습니다. 그래서 기록이나 증거를 남길 수가 없었어요. 그리고 용성 조사님의 공적은 후대에도 그것을 세상에 알리려고 했던 세력이 없었습니다. 그런 속에서 도문 큰스님은 평생 동안 용성 조사님의 유훈을 실현해 나가기 위해 이 땅을 구입하고 천룡사를 복원하기 위해 평생 노력해 오셨습니다. 그렇지만 아직 제대로 실현하지 못한 것이 많습니다. 어려운 시절에 그 누가 아무런 이득도 없는 이런 땅을 구입해서 보전하려고 했겠습니까. 아마 그 돈으로 절을 지었으면 엄청나게 큰 절을 지으셨을 겁니다.

 

 

저도 도문 큰스님으로부터 천룡사를 복원해야 한다는 간청을 여러 번 받았지만, 저는 현대적인 방식으로 전법을 하려다 보니까 망설여 왔습니다. 그러나 이런 유서 깊은 정신이 서려 있는 곳을 복원하는 일은 우리가 어차피 가야 할 길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저도 결단을 내려서 이 일을 이어받기로 했습니다. 그러니 저희들이 하는 일에 부족함이 있다면 언제든지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우리 세대가 후손들을 위해 ‘천룡사 복원’이라고 하는 새로운 징표를 하나 만들어 봅시다. 이곳에는 삼층석탑만 발굴이 되고 다른 것은 아무런 흔적이 없어서 참 안타까웠는데, 얼마 전에 대웅전 터가 발굴이 되면서 굉장한 일이 되었습니다. 발굴을 해보니 대웅전의 모양이 정방형이어서 신라시대 사찰이라는 것이 밝혀진 겁니다.”

 

스님은 다시 한번 먼 길을 와 준 관계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밖으로 나가서 천룡사 부지를 한 바퀴 둘러본 후 산을 내려왔습니다.

 

 

“이렇게 가파른데 길이 정비가 안 되어 있어서 좀 위험해요.”

 

“네, 걱정하지 마십시오. 올해 안에 잘 정비해 놓겠습니다.”

 

 

경주 남산을 출발해 두북 수련원으로 돌아와 스님이 농사짓고 있는 농장을 함께 둘러본 후 손님들과 헤어졌습니다.

 

 

오늘은 법문이 없었기 때문에 지난 18일 행복학교 특강에서 있었던 즉문즉설 하나를 소개하며 글을 마칩니다.

 

 

점집에 발길을 끊으니 안 좋은 일들이 생겨요

 

 

 

 

 

“저는 20년 넘게 무속인을 찾아다녔습니다. 스님의 즉문즉설을 듣고 모든 것이 제 어리석음인 줄 깨닫고 얼마 전부터 무속인 집에 발길을 끊고 스님 참회 기도를 드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큰 아들이 맹장수술을 하고, 작은 아들이 군대를 제대하고 나서 공황장애가 생기고, 남편 사업도 잘 안 풀려요. 집안에 안 좋은 일들이 생기니까 제가 무속인 집에 안 가서 그런가 하고 불안한 마음이 듭니다.

 

그리고 저희 집 거실에 무속인이 차려놓은 업단지가 있는데요. 남편이 출근하고 나면 물을 갈고 108배 참회기도를 드립니다. 업단지를 없애자니 겁이 나요. 지금은 저희 집 사당이라고 생각하고 기도를 드리는데 괜찮을까요?”

 

“옛날에는 가뭄이 들거나 홍수가 나면 다 하늘이 노해서 그렇다고 생각했습니다. 가뭄이 들면 신하들이 임금에게 본처를 놔두고 후궁에게 너무 마음을 뺏겨서 하늘이 노한 탓이니 참회를 해야 한다고 상소를 올리기도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비가 많이 오거나 안 오는 것이 어떤 남자하고 어떤 여자가 관계를 했느냐 안 했느냐에 따라서 일어나는 걸까요? 며칠 전에 최저 기온이 영하 20도 이하로 떨어져서 35년 만에 최고 추위가 찾아왔습니다. 이것도 우리가 모르는 어떤 남자와 어떤 여자가 관계를 했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생겼을까요?”

 

“아니오.”

 

“임금이 어떤 행동을 했느냐를 날씨와 연결시키는 것은 어리석은 생각입니다. 그러나 가뭄이 들었을 때 임금에게 그런 상소가 올라오는 것은 민심이 떠났다는 거예요. 임금이 평소에 선정을 베풀었다면 가뭄이 들었다고 임금의 행실을 문제 삼지 않았겠죠. 임금이 폭정을 해서 민심이 떠나면 가뭄이 임금 탓이 되는 거예요.

 

만약 남편 사업도 잘 되고, 부부 관계도 좋고, 모든 것이 원만한데 아들이 맹장 수술을 했다면, 그냥 ‘아프구나’라고 생각하지 다른 생각을 안 할 겁니다. 사업만 안 되고 다른 문제가 없다면 ‘경제가 안 좋아서 사업이 잘 안 되구나’라고 생각할 거예요. 그런데 두세 가지가 겹쳐서 일어나면 ‘뭐가 문제가 있나’ 이런 생각을 해요. 이걸 징크스라 합니다. 마음이 불안하면 징크스나 운세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때 점을 치거나 굿을 하면 심리를 안정시키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어요. 굿을 하고 나면 ‘이제 좀 잘 풀리겠지’ 하는 믿음이 생길 수 있습니다. 점이나 굿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에요. 실제로 일이 잘 풀리는지 여부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지만 심리 치료에 도움이 될 수는 있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아들 맹장이 터졌으면 수술을 하면 되죠. 죽은 건 아니잖아요. 별로 큰일이 아니에요. 사업이 잘 안 되는 건 지금 사회 전반적으로 경기가 안 좋아서 그렇지 우리 남편 사업만 안 되는 건 아니란 말이에요. 요즘 어떤 사업이 잘 된다면, 요행히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상황에서 잘 되는 품목이어서 그렇지, 귀신이 도와주어서 그런 것도 아니에요. 작은 아들이 공황장애를 겪는다면 아들에게 불안한 심리가 있었기 때문에 발병한 거예요. 아이가 엄마 뱃속에 있을 때나 어릴 때 엄마가 많이 불안하면 아이에게 이런 증상이 많이 생깁니다. 아니면 아이가 어떤 충격을 받았거나요.

 

질문자의 얘기를 들어보면 별 거 아니에요. 누가 죽은 일도 아니고 집안이 망한 일도 아니에요. 문제를 삼으면, 신발이 하나 떠내려가도 ‘재수 없다. 무슨 문제가 생기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어요. 길가다가 넘어져도 ‘운수가 안 좋은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질문자가 ‘굿을 한 번 하면 마음이 안정되겠다’라고 생각하면 돈을 들여서 굿을 해도 괜찮아요. 또 굿을 안 해도 돼요. 그건 선택의 문제입니다.

 

저는 굿을 하라거나 하지 말라고 이야기하는 게 아닙니다. 사실이 무엇인가를 가르쳐 주는 거예요. 불상을 모시고 기도를 하나, 업단지를 모시고 기도를 하나, 십자가를 놓고 기도를 하나 아무 차이가 없어요. 불상을 놓고 기도하는 사람은 업단지를 미신이라고 해요. 십자가를 놓고 기도하는 사람은 불상을 미신이라고 합니다. 업단지를 놓는 사람은 십자가나 불상이나 다 외국에서 들어온 쓸데없는 것이라고 하며 싸웁니다. 그런데 바위 밑에 가서 절을 하나, 바위를 사람 모양으로 깎아서 부처라고 이름 붙이고 절을 하나, 십자가를 그려 놓고 절을 하나 다 같은 돌이잖아요. 부처님 가르침은 그것이 다 같다는 것을 아는 것입니다.

 

 

업단지를 두고 절을 해도 아무 문제가 없고, 업단지를 치워도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그런데 질문자는 지금 업단지를 치울 수준이 안 된다는 거예요. 업단지를 치웠는데 내일 다리가 부러지면, 질문자는 업단지를 치웠기 때문에 다쳤다고 생각할 겁니다. 저는 다리가 부러지면 그냥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을 거예요. 다리 다친 것과 업단지를 연관시키지는 않습니다. 이렇게 연관을 안 시키면 치워도 돼요. 그런데 질문자는 틀림없이 다리 다친 것을 업단지하고 연관시킬 것이기 때문에 그냥 두고 기도를 하라는 거예요. 업단지가 있다고 해도 문제가 없고, 없어도 문제가 없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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