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불교대학을 개설한 이유

불교대학 공부를 마쳤다면 기본적인 수행에 대한 관점이 잡혀 있어야 합니다. 부처님 당시에도 브라만교라는 아주 오래된 종교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우주와 인생을 탐구하는 우파니샤드 철학도 있었습니다. 다시 말해 아주 발달된 종교도 있었고, 아주 발달된 철학도 있었습니다. 부처님은 그런 종교를 믿고 그런 철학을 하면서 성장했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부처님이 성 밖에 나가서 주변을 보니까 사람들의 고통이 너무나 심했습니다. 당시 사회는 계급 사회, 즉 노예제 사회이다 보니까 인구의 90%가 노예였습니다. 상위 계급은 10%, 하위 계급이 90%인 사회였습니다. 노예는 병이 들면 쓸모가 없기 때문에 버립니다. 늙어도 쓸모가 없어서 버렸습니다. 사람이 죽으면 쓰레기를 갖다 버리듯이 시체를 숲에 갖다 버렸어요. 그래서 인도에는 큰 마을 또는 대도시 주위에 공동묘지처럼 시체를 갖다 버리는 숲이 있었습니다. 이곳을 인도어로 시타림이라고 합니다.

 

 

늙으면 보호를 받아야 되는데, 병들었으면 치료를 받아야 되는데, 죽었으면 화장을 하든 매장을 하든 장례를 치러줘야 되는데, 그냥 방치되었습니다. 또 전쟁이 끝없이 일어나서 수많은 사람이 살상을 당하고, 식량부족으로 수많은 사람이 굶어 죽는 세상을 본 것입니다. 그때 부처님은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기존의 종교인 브라만교에서는 브라만 신이 세상을 창조하였고 브라만 신한테 기도하면 소원이 다 성취된다고 하는데, 왜 이 문제가 해결이 안 되느냐?’

 

이런 삶의 현실을 버려 놓고, 인생이 뭐고 우주가 뭐냐를 탐구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

 

부처님은 깊은 회의가 들었습니다. 그래서 삶이 도대체 뭔지, 고통은 왜 일어나는지, 이런 것들을 탐구하기 시작했고, 혼자서는 문제 해결이 안 돼서 스승을 찾았고, 스승에게 배운 것으로도 해답을 못 찾아서 다시 홀로 정진해서 본인 스스로 그런 고뇌가 없는 경지에 이르렀고, 그것을 세상 사람들에게 전했습니다.

 

 

부처님은 종교를 믿으라고 하지 않고 괴로워하는 사람이 찾아와서 물으면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길을 안내해 주었습니다. 이것을 우리는 종교라고 하지 않고, 철학이라고 하지 않고, ‘수행이라고 합니다. 자기의 어리석음, 자기의 욕망, 자기의 분노로부터 자유로워짐으로 해서 어떤 상황에서든 자신의 자유와 행복을 간직하고 보존할 수 있는 그런 길입니다.

 

부처님은 남녀를 가리지 않고, 신분이 높냐 낮냐는 계급을 가리지 않고, 늙었나 젊었나 하는 나이를 가리지 않고, 피부색이 검으냐 희냐 하는 인종을 가리지 않고, 어느 나라 사람이냐 하는 국적을 가리지 않고, 어떤 경험을 했느냐는 과거에 상관없이, 살아있는 사람은 누구나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다는 가르침을 펼치셨던 것입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결국 부처님이 비판했던 복을 비는 종교로 한 무리가 흘러갔고, 부처님이 비판했던 관념론적이고 사변적인 철학으로 변질되었습니다. 불교라는 종교와 불교라는 철학으로 나아갔고, 온전히 수행적 관점을 지키는 자가 드물어졌습니다.

 

그래서 원래의 부처님 가르침으로 돌아가자는 대승불교가 일어났고, 그것 또한 세월이 흐르면서 종교와 철학으로 변질됐습니다. 다시 중국으로 넘어와서는 선불교라고 해서 다시 원래의 부처님 가르침으로 돌아가자는 운동이 일어났습니다. 그러나 그것 또한 지금은 이름만 남아있지 내용은 이미 수행과 멀어졌습니다. 또 설령 내용이 남아있다 하더라도 아주 소수의 사람들만 행하고 있습니다. 모든 사람이 이 법의 가피를 입어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살 수가 있도록 하지 않고 있습니다. 수행이란 너무나 어렵고 힘들고 우리 생활과 멀뿐만 아니라 수행을 하려면 모든 걸 다 버리고 각오하고 결심해야 되는 것처럼 잘못 알려져 있습니다.

 

정토불교대학은 부처님 당시로 돌아가서 부처님의 법을 나에게 적용시켜 아주 체험적으로 고뇌에서 벗어나는 길을 알려주는 곳입니다. 부처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눈 있는 자, 와서 보라! 네가 눈을 감고 있으면 어쩔 수 없지만, 눈만 뜨면 그냥 여기 있는 거다. 그것은 어려운 것이 아니고 쉽다. 그것은 특정한 사람을 차별하지 않는다. 누구나 다 가능하다.’

 

 

이런 가르침을 오늘 우리가 다시 현실에 맞게 살려내기 위해서 정토불교대학이 시작됐습니다. 우리가 늘 정진을 해도 남자다 보면 남자의 까르마가 남아있고, 한국 사람이다 보면 한국 사람의 까르마가 남아있듯이, 정토회도 불교문화가 갖고 있는 까르마를 완전히 벗어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다 보니 일부 종교적인 요소도 좀 남아있고, 일부 철학적인 요소도 남아있습니다. 그러나 복을 비는 종교가 목적이 아니고, 연구만 하는 철학이 목적이 아닙니다. 일상 속에서 내 삶을 변화시켜 이 조건 속에서도 좀 더 자유롭고 행복해지는 길을 우리가 지금 가고자 하는 겁니다.

 

경험과 체험이 가장 중요합니다

진리라는 이름으로 다시 관념화됐을 때 우리는 그 진리라는 관념도 버려야 참 진리를 알 수가 있습니다. 예수님의 가르침을 따른다는 기독교인들이 예수님의 가르침에 반하여 살아가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른다는 불교인들이 부처님의 가르침에 반하여 살아가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잖아요. 이런 모습을 볼 때 진리라는 이름만 갖는다고 진리가 될 수 없음을 알 수 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과거로부터 전승된 윤리나 도덕, 관습이나 습관, 경전이나 계율에 근거해서 진리라고 말할 수가 없다.’

 

 

그런데 학문은 늘 과거로부터 전승된 것들을 근거로 진의 논쟁을 하지 않습니까? 진리라고 하는 것은 직접 경험하고 체험해서 검증을 해야 진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떤 문서에 의해서, 주장하는 사람이 많다고 해서, 따르는 사람이 많다고 해서 진리라고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여러분들이 불교대학을 졸업하고 경전대학에 입학하게 되면, 대승불교와 선불교가 초기에 일어날 때 어떤 문제의식을 가졌는지를 공부하게 됩니다. 금강경, 반야심경, 육조단경을 공부해서 대승불교, 선불교를 일으킨 분들의 문제의식을 배우는 것은 수행에 많은 도움을 됩니다. 그러니 경전대학에도 한번 입학해 보시기 바랍니다. 물론 그것도 잘못 공부하면 심오한 철학처럼 받아들여서 불교 철학에 빠지기 쉽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학자가 되려고 불교를 공부하는 것은 아니잖아요. 항상 그것을 내 삶에서 경험하고 체험하는 수행적 관점에서 공부를 해야 합니다.

 

불교대학을 졸업한 후 해야 할 일

불교대학을 졸업하고 나서 이제 여러분이 해야 할 것은 봉사입니다. 제일 큰 봉사가 전법입니다. 불교대학에 다른 사람도 다닐 수 있게 인연을 맺어주는 게 제일 가벼운 봉사입니다. 어떤 분들은 스님, 감사합니다. 목도리 하나 짜드릴게요. 양말 선물드릴까요?’ 이렇게 말하는데, 양말이나 목도리보다 더 큰 선물은 마음이 괴로운 사람이 불교대학에 와서 행복해지는 것입니다. 여러분들이 스님에게 고마움이 있다면 그 표시를 전법으로 해주셔야 스님이 가장 큰 선물을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숫자를 채우기 위해서, 세력을 넓히기 위해서가 아니라 조금이라도 그들의 삶에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는 마음으로 전법을 해주시길 바랍니다. 내가 권유했는데도 상대가 안 온다면, 그들을 위해서 알리는 것이었으니까 기분 나빠하시면 안 됩니다. 나는 인연을 맺어 줄 뿐이고, 하고 안 하고는 언제나 그들의 자유입니다. 아무리 좋은 것도 강제로 하면 안 되니까요.

 

그리고 정토회가 온라인으로 전환되고 나서 지역 법당이 없어지는 대신에 광역자치단체마다 문경수련원이나 천룡사처럼 야외 공간을 가진 수련원이나 절이 하나씩 마련되었습니다. 주말에는 거기에 가서 마음껏 농사도 짓고, 꽃밭도 만들고, 절도 하고, 뭐든지 마음껏 하시면 됩니다.

 

법당을 도시마다 만든 이유는 불교를 가까이서 공부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였어요. 공부하러 멀리까지 가는 건 너무 시간 낭비이기 때문에 처음에는 집에서 걸어와서 불교를 배울 수 있게 생활공간 가까이인 읍면동에 수행 도량을 만들려고 계획했습니다. 그래서 시군구까지는 지역 법당을 만들었는데 온라인 시대가 되면서 이제는 그보다 더 가까운 자기 집에서 수행을 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 지역 법당은 이제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자기 방이 여러분들의 법당이 되어버렸기 때문에 도시에 있는 법당은 철수하고 대신에 여러분들이 사는 데서 차로 1시간 이내에 도달할 수 있는 곳에 수련원을 마련한 겁니다. 수업은 온라인으로 듣더라도 야외에서 실천할 수 있는 공간도 따로 필요하니까요.

 

이제 불교대학을 졸업하시면 정토회 회원에 가입하셔서 정기법회를 들으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천일결사 기도에 참여하셔서 매일 정진을 해나가시기 바랍니다. 그렇게 자기 수행을 하면서 불교대학에 주위 사람들이 다닐 수 있도록 안내해 주세요. 그리고 경전대학까지 졸업한 뒤에 나도 정토회에서 불교대학을 진행하시는 분들처럼 다른 사람에게 좀 도움을 줘야 되겠다이런 마음이 드시면 전법활동가 신청을 하세요. 그러면 일정한 교육과 실습 훈련을 받은 뒤에 진행자가 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여러분들의 앞길이 열려 있습니다.

 

 

정토회는 100퍼센트 자원봉사로만 운영되는 모임입니다. 월급을 받고 일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보면 거짓말 같지만 100퍼센트 봉사자들에 의해 운영됩니다. 여러분들이 불교대학을 공부할 수 있는 것도 누군가가 월급 받고 가르치거나 도와준 게 아닙니다. ‘정말 이 사람이 행복했으면 좋겠다하는 그 한 가지 염원으로 자기 시간을 내고 자기 재능을 기부하고 보시하는 사람들에 의해 가능한 겁니다.

 

그러면 정토회 회원 신청을 하신 분들은 정기법회 때 보고요. 경전대학에 입학한 분들은 경전대학 입학식 때 다시 뵙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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