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이사 준비하느라 바쁘시죠? 우리는 수행자이기 때문에 우리가 사용할 건물도 가능하면 남에게 의지하지 않고 우리가 직접 지어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큰 건물 짓는 기술까지는 갖고 있지 않아서 어쩔 수 없이 전문가에게 위탁해서 건물을 짓긴 하였지만, 이사 가는 것은 시간이 좀 오래 걸리더라도 가능하면 우리 손으로 직접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수행자가 지켜야 할 기본 원칙
무엇보다 새로 지은 건물에서 사는 것은 수행자의 원칙에 맞지 않습니다. 이 점을 여러분이 분명히 알고 있어야 합니다. 그렇다고 이 건물을 아예 쓰면 안 된다는 것은 아니지만 원칙적으로는 맞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어야 해요.
수행자의 원칙에 맞지 않지만 건물을 지을 수밖에 없었던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우리를 위해서가 아니라 대중이 많이 모일 공간이 부족한 것이 가장 큰 문제였습니다. 둘째, 외부 공간을 빌려 쓰니까 경제적으로 임대료가 너무 많이 들었습니다. 여기저기 공간을 빌려서 내는 월세를 계산해보니 건물을 짓는 비용이 오히려 적게 든다는 결론이 났습니다. 셋째, 정토회가 사회활동을 보다 활발히 하기 위해서는 외부와 교류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습니다.
새로 지은 건물을 본부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있는데, 사실 정토회의 본부는 문경 수련원입니다. 새로 지은 건물은 일종의 서울사무소 혹은 사회활동을 위한 문화 공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수도권에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이 살고 있기 때문에 이런 공간이 필요한 거예요. 그래서 건물의 용도로 보면 정토사회문화회관입니다. 가능하면 대부분의 공동체 대중들은 문경 수련원이나 두북 수련원으로 이동하고, 서울에는 꼭 필요한 최소 인원만 남고, 이 건물은 대중이 주로 쓰도록 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서 새 건물은 정토회 본부라고 보면 안 되고 정토회의 사회활동에 필요한 공간으로 보아야 합니다.
수행자는 검소하게 사는 것이 원칙입니다. 건물은 새로 지었지만 대신 책상이나 내부 시설은 일절 새로 구입하지 말고 쓰던 물품을 사용한다는 원칙을 지켜야 합니다. 불단이나 부엌 시설도 재활용을 하면 좋은데, 규격이 안 맞아서 몇몇 시설은 새 것을 구입해서 설치하게 됐습니다. 그 외에는 쓰던 것을 하나도 버리지 말고 다 재활용해서 배치해주시기 바랍니다.
160개 법당을 모두 철거하면서 두북 수련원에 이미 많은 물건이 들어와 있고, 앞으로도 많은 비품이 들어올 거예요. 그 물건들을 가져다 쓰면 됩니다. 모양이 안 맞으면 두북 수련원에 목공소가 있으니까 거기에서 규격에 맞게 분해하고 재조립해서 사용하면 됩니다. 이런 방식으로 소비를 줄여야 합니다.
크게 보면 우리는 이미 수행자의 기본 원칙을 훼손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부처님 당시에는 수행자들이 나무 밑에서 살았습니다. 그런데 비가 자꾸 오거나 이런저런 문제가 생기니까 초막을 지었어요. 초막에도 또 문제가 생기니까 결국 부처님이 돌아가시고 2백 년 정도 지난 후에는 건물을 짓게 됐습니다. 그것처럼 우리도 나무 밑에 잘 수는 없더라도 초막 정도만 짓고 살아야 되는데, 세상에 발맞추다 보니 건물을 짓게 된 거예요. 대중성이라는 장점이 있는 반면에 수행에는 단점도 됩니다. 자꾸 대중의 요구를 따라가게 되어 어느덧 나도 모르게 소비주의에 물들고 효율을 따지게 됩니다. 그래서 수행자는 그것을 늘 경계하면서 생활해야 됩니다.
정토회가 온라인으로 전환되면 앞으로 공동체는 지역으로 내려가서 더 검소하게 생활하며 더 정진에 힘쓰고, 세상과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에 꼭 필요하지만 하지 못하는 일들을 더욱더 많이 해나가야 합니다.
나는 무엇을 자랑으로 삼고 있는가
이렇게 새로 지은 건물에 대한 기본 입장이 분명해야 됩니다. 혹시라도 남에게 정토회를 자랑할 때 건물을 이야기하는 일은 없도록 부탁드립니다. 자랑을 할 때 인물, 학벌, 돈, 건물, 이런 것들을 말하는 것은 콤플렉스의 소산이에요. 수행자는 항상 수행 정진해서 행복해지는 것으로 자랑을 삼아야지 숫자가 많다든지, 건물이 있다든지, 시설이 좋다든지, 세력이 있다든지, 이런 걸로 자랑삼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없어야 합니다. 그렇다고 부끄러워하라는 것은 아니에요. 바르게 정진하는 사람이 수가 많아지는 것은 좋은 일이고, 대중이 모여서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 생기는 것도 좋은 일입니다.
새로 지은 건물은 대중들이 십시일반 보시해서 만든 건물입니다. 정부나 기업 등 외부의 돈을 하나도 받지 않고 순수하게 정토회 회원들의 보시금으로만 만든 거예요. 그러니 이 건물은 대중을 위해서 지은 것이라는 인식을 꼭 해주세요. 혹시 대화를 하다가 마음 속에 건물을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들면 ‘내가 소비주의에 물들고 있구나’ 이렇게 자각하고 그 생각을 내려놓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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