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정이 되기 위한 세 가지 요건
선정이 되려면 세 가지가 갖추어져야 합니다. 첫 번째, 마음이 편안해야 해요. 마음이 들떠도 안 되고, 침울해도 안 되고, 편안해야 합니다. 마음이 편안하려면 한가해야 해요. 사람의 마음은 한가할 때 편안해집니다. 한가하다는 건 할 일이 없다는 뜻이에요. 특히 명상을 할 때는 아무 할 일이 없어야 합니다.
‘아무 할 일이 없다. 할 일을 다 마쳤다.’
이런 마음이 되어야 ‘뭘 해야지’라는 욕구가 안 일어납니다. 할 일이 없어야 그 어떤 것에도 의미를 부여하지 않게 돼요. 아무 할 일이 없는 한가함 속에서 편안함을 유지하는 게 선정의 첫 번째 요소이자 선정의 바탕입니다.
그런데 한가하면 망상이 일어나거나 졸음이 와요. 그래서 두 번째, 마음이 한 군데에 딱 집중이 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정(定)’은 ‘편안함’이라고 번역하지 않고 ‘집중’이라고 번역합니다. ‘독서삼매(讀書三昧)’라는 말처럼 아이들이 책 읽기에 집중하거나 게임에 집중하듯이 마음이 한곳에 딱 집중이 되어야 해요.
세 번째, 알아차림이 있어야 합니다. 마음이 편안한 가운데 한곳에 집중이 된 상태에서 알아차림을 유지해야 해요. 이걸 ‘소소영영(昭昭靈靈)’이라고 해요. 분명히 알아차려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 반대가 멍한 거죠.
군대에서 보초를 서는 사람은 시야에 움직이는 물체가 있는지 분명히 알아차려야 합니다. 다만 이 경우에는 엄청나게 긴장을 해야 알아차림이 있죠. 그런데 선정은 이런 것과는 다릅니다. 군대에서 보초를 서는 경우 알아차림은 있지만 긴장이 되어 있어요. 마음이 편안하지가 못합니다. 그렇다면 잔디밭에 누워서 하늘을 쳐다보며 편안하게 있는 게 선정일까요? 그것도 아니에요. 그것은 편안하긴 하지만 멍청한 상태입니다. 집중이 되어 있지 않고 알아차림이 없는 상태예요.
그래서 선정이 되려면, 첫째, 편안한 가운데 한가함을 유지해야 합니다. 둘째, 한곳에 딱 집중이 되어 있어야 합니다. 셋째, 분명한 알아차림이 있어야 합니다. 명상을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편안한 가운데 마음을 콧구멍 끝에 딱 집중해야 합니다. 그렇게 집중한 상태에서 숨이 들어오고 숨이 나가는 것을 알아차립니다. 문지기가 편안한 가운데 성문 앞을 딱 주시해서 오가는 사람의 상태를 알아차리는 것과 같아요. 긴장한 가운데 알아차리면 그냥 문을 지키는 것일 뿐이고, 편안한 가운데 알아차리면 문을 지키는 가운데 선정을 닦고 있는 겁니다.
바닷가에 앉아 있을 때는 어떻게 선정을 닦을 수 있을까요? 그냥 멍청하게 앉아 있는 게 아니라, 편안한 가운데 바다를 주시하면서 파도가 들어오고 파도가 나가는 것을 분명히 알아차립니다.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고, 코로 냄새 맡고, 혀로 맛보고, 피부로 느끼는 감촉에도 끄달리지 않고, 지나간 과거 생각이나 미래 생각에도 끄달리지 않습니다. 생각에 골똘히 빠져 사색하는 게 아니에요. 생각에 빠지는 게 아니라 파도가 들어오고 나가는 걸 알아차립니다. 이처럼 대상을 분명히 알아차리는 것을 ‘선정’이라고 합니다. 크면 크고, 작으면 작고, 들어오면 들어오고, 나가면 나가고, 이 상태를 알아차리는 거예요.
생각을 멈추면 비로소 알아차려지는 것들
다른 말로는 ‘생각을 멈춘다’라고 표현합니다. 그런데 생각은 잘 안 멈춰져요. 수없는 연습을 해야 생각을 멈출 수 있습니다. 그러면 책을 읽을 때 책에 딱 집중이 되고, 상대하고 대화할 때 상대의 대화에 딱 집중이 되고, 운전할 때 운전에 딱 집중이 되고, 일할 때 일에 딱 집중하게 됩니다. 고추를 딸 때 여러분은 빨간 것을 딴다고 하면서 자기도 모르게 파란 것도 따고 그러잖아요. 집중을 안 하고 다른 생각을 하기 때문에 그런 일이 벌어지는 겁니다. 그래서 항상 마음이 한곳에 딱 집중이 되어 있어야 합니다.
선정을 닦는 방법은 마치 운전교습소에서 연습을 하는 것과 비슷해요. 연습할 때는 앉아서 연습하지만, 숙달이 되면 일상생활에서도 딱 집중이 됩니다. 허둥지둥 살면 ‘산란하다’ 이렇게 말하고, 마음이 편안해지려고 늘 노력하고 애를 쓰면 ‘선정을 닦는다’ 이렇게 말하고, 애쓸 것이 없을 정도로 아무런 집착이 없고 할 일이 없기 때문에 관심을 두면 어디든지 딱 집중이 되고 분명한 알아차림을 유지하게 되면 ‘선정바라밀’이라고 합니다. 선정바라밀이 되면 힘들다거나 쉬어야 한다는 것이 없어져요. 이것이 가장 잘 쉬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여러분은 선정을 닦는 것조차도 일삼아합니다. 일을 할 때 힘이 들 듯이 명상도 막 긴장해서 잘하려고 해요. 최고의 휴식이 명상인데, 명상도 일삼아하니까 명상이 끝나면 하루 종일 쉬어야 하는 일이 벌어지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