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극적으로 제안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대중이 현실에 맞지 않다고 하면 진행을 안 해도 돼요. 그런데 온라인으로 개편하는 핵심은 전법활동에 전념하자는 거예요. 예전처럼 함께 하자고 붙들고 있으면 봉사할 마음을 내고, 그냥 놔두면 봉사할 마음을 안 내고, 이렇게 운영하는 방식으로 가지 말자는 겁니다. 억지로 봉사를 하도록 하지 말고, 항상 열어두고 자발적으로 신청을 받아서 운영하자는 거예요.
정토회에는 발심행자, 서원행자, 결사행자라는 회원 제도가 있습니다. 이것도 온라인 시대에는 발심행자 조건이 되는 사람을 찾아가서 ‘꼭 해봐라’ 하면서 설득하는 방식이 아니라 본인이 발심행자가 되겠다고 신청서를 내면 교육을 받아 발심행자가 되고, 서원행자도 위에서 추천하는 게 아니라 서원행자가 될 자격 조건이 되는 사람이 본인 스스로 신청하고 교육을 받아 서원행자가 되고, 결사행사나 법사도 그렇게 하자는 것입니다.
봉사도 마찬가지입니다. ‘당신이 이 일을 꼭 해주십시오’ 이렇게 부탁하지 말자는 거예요. 온라인 시대에는 그 일을 하고 싶어 하는 신청자가 없으면 그냥 두고 가자는 겁니다. 사람을 버린다는 뜻이 아니라 그 일을 포기하고 간다는 거예요. 왜냐하면 온라인 시대에는 자율성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그래야 창조성이 발휘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옛날에는 법당을 버릴 수는 없었잖아요? 법당이 있는 한 관리를 하지 않으면 안 되니까요. 하지만 온라인 시대에는 법당이 다 없어지고 내 방이 법당이 되어 버렸어요. 그러니 봉사도 그 일을 할 사람이 없으면 없는 대로 가면 됩니다. 그렇게 조직을 가볍게 개편해서 가자는 거예요.
억지로 하는 봉사 vs 자발적으로 하는 봉사
앞으로는 봉사자 모집 공고를 내서 신청하는 사람이 있으면 여러분들이 그들을 모으고 교육해서 일을 진행해나가면 됩니다. 정토회는 세상에 도움이 되겠다고 원(願)을 세운 사람들의 모임입니다.
‘발심행자가 되면 봉사를 하겠지만, 그러지 못하고 일반회원이 되면 봉사를 안 하겠다’
이런 마음을 가진 사람을 억지로 끌고 가지 말고, 포기하고 가자는 겁니다. 이런 이유로 정토회를 그만두는 사람이 생긴다면 정토회의 활동이나 재정 수입이 줄어들겠지만, 대신 지출도 확 줄어들기 때문에 괜찮습니다.
본인이 자발적으로 마음을 내서 봉사를 해야지 억지로 보시하고 봉사하도록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봉사를 할 사람은 마음껏 하도록 해 주고, 하기 싫은 사람은 안 해도 되도록 하자는 겁니다. 일반 회원이 되면 누구나 법회를 들을 수 있고, 수행도 할 수 있도록 다 열어주되, 발심해서 더 활동을 하고 싶은 사람은 더 할 수 있게 하자는 방향이에요. 전체 조직을 완전히 개방적으로 개편하려는 것입니다.
다만 본인이 약속한 것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라는 겁니다. 이것은 부처님의 가르침과도 관계되는 것입니다. 돈을 빌렸으면 갚아야 하듯이 인연을 맺었으면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고, 책임지기 싫으면 참여하지 않으면 된다는 거죠.
일반 회원들을 팽개치려는 것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참여하도록 하자는 거예요. 그래야 일을 하는 것이 재미있어집니다. 일이 힘들어도 재미가 있어야 하는데, 힘들어 죽겠다고 하면서 억지로 하는 것은 수행의 본분과도 맞지 않아요. 그런 관점에서 다시 한번 검토해보자는 것입니다.
정토회가 지금까지 해 온 것을 돌아보면 상당수 활동가들이 힘들지만 여기까지 온 측면도 있어요. 그것을 인정하지만 이제는 그렇게 가지 말고 자발성에 기초해서 일을 해나가는 방향으로 개편하자는 것입니다.
그리고 온라인 정토회에서는 대의원제도 또한 불필요합니다. 오늘 공청회를 하듯이 시시때때로 대중들의 의사를 받기 위한 공청회를 열어서 의결하면 되기 때문이에요. 이렇게 온라인 시대에 맞게 체계를 개편해 나가야 합니다. 지금 준비하고 있는 초안도 이번 공청회가 끝나면 다시 수정해서 내려갈 것이고, 그것을 가지고 다시 논의하고 수정해서 새로운 안을 만들어 가게 될 겁니다.
과거에 연연하기보다는 미래를 향해
여기서 가장 큰 쟁점은 모둠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활동가와 비활동가를 같은 모둠으로 편성해서 함께 가자는 의견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요. 만약 여러분들이 이 의견에 찬성한다면 저도 아무런 이견이 없습니다. 그렇게 가도 됩니다. 그러나 다시 한번 진지하게 토론해봤으면 해요. 정말 그것이 효과적인지, 여러분들이 과거에 연연해서 제기하는 것은 아닌지, 진지하게 토론해보라는 겁니다.
토론을 충분히 해봤는데도 여러분이 그렇게 가기로 결정하면 그렇게 가면 됩니다. 온라인 시대이니까 진행해 나가다가 문제가 생기면 다시 화상회의를 해서 바꾸면 돼요. 과거에는 한번 결정하면 3년은 간다는 원칙을 정했는데, 지금은 그 원칙도 포기했습니다. 왜냐하면 코로나 사태 때문에 지난해 정한 것을 1년도 안 돼서 바꾸려고 논의하고 있잖아요? 반대로 더 좋은 게 있다면 굳이 3년을 기다릴 필요가 없습니다. 이랬다 저랬다 하자는 게 아니라 정말 더 좋은 게 있다면 바로 바꾸면 된다는 거예요.
법당도 마찬가지예요. 법당을 좀 더 유지하고 싶으면 지역대의원회의에서 자율로 결정하면 됩니다. 법당의 용도가 있으면 3년을 유지해도 됩니다. 그러나 용도가 없으면서 집착 때문에 지키려고 하는 것은 수행의 관점에서 점검해보라는 겁니다. 만약 법당을 다른 용도로 쓰자고 새로운 제안을 하는 것이라면 그것은 별개의 문제라서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것이 정말 가능한지 검토해보면 됩니다. 예를 들어 학대받는 아동을 보호하는 시설로 사용하는 것도 검토해 볼 수 있죠.
온라인 전법을 위해 가장 중요한 일
관점을 조금 크게 가지세요. 지금은 여러분들이 조금 어리둥절할지 모르지만, 방향을 바꿔서 막상 진행해보면 여러분들이 ‘그때 방향을 잘 바꿨다!’ 이렇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지금 정토회의 관건은 불교대학과 경전반을 진행할 사람을 얼마나 많이 양성할 수 있는가입니다. 다른 만 가지를 포기해도 이게 가장 중요합니다.
그리고 연세가 드셨거나 해서 이 일을 맡을 수 없는 분들은 이 일을 지원하는 기능을 하면 돼요. 지역별 수련원에 가서 불사를 하거나 청소를 하거나 나머지 지원하는 역할들을 맡아주면 됩니다. 정토회에서 오랫동안 활동을 했더라도 굳이 전법 활동가 모둠에 있을 이유가 있을까요? 활동가 모둠에 속하지 않더라도 정토회 회원으로서 아무 부족한 게 없습니다. 정토회 회원으로서 수련장에 와서 뭐든지 봉사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놓겠다는 거예요.
이제는 온라인으로 모든 불교대학과 경전반 수업을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진행자가 굉장히 중요해집니다. 전법을 효과적으로 하려면 불교대학 진행자가 되기 위한 교육을 받아서 실제 그 역할을 할 수 있는 인격과 자격을 갖추는 게 무엇보다 중요해요. 그래서 연수원에서는 그 일을 할 사람들을 훈련시키려고 합니다.
많이 연로하신 분들은 굳이 불교대학 진행자가 아니어도 할 수 있는 다른 일들이 얼마든지 있잖아요. 건강이나 컴퓨터를 다루는 능력이 따라주면 좋지만 그렇지 않으면 무리할 필요가 없다고 봐요. 굳이 과거에 공로가 있다고 전법사만 모이는 활동가 그룹에 소속되어야 할 이유는 없지 않을까요?
어차피 2년만 더 지나면 1차 만일결사가 끝나고 2차 만일결사를 새로 시작해야 하는데, 그때가 되면 결사행자들도 모든 지위가 해제됩니다. 그러면 재모집을 해서 2차 만일결사를 30년간 책임지고 가겠다는 사람들이 새로 결사행자가 되어야 해요.
이런 변화가 2년 앞당겨졌다 뿐이지 기본 계획에 다 있었던 것입니다. 2년이 당겨진 게 문제입니다. 코로나 때문에 2년을 당겨 시행하려니 준비가 조금 덜 돼서 혼란이 있는 거예요. 만약 2년 후라면 준비가 잘 돼서 바로 개편을 할 수 있는 문제입니다. 시간이 조금 당겨진 것뿐이지 우리가 가야 할 길입니다.
어떻게 하면 의기투합해서 신나게 일할 수 있을까요?
그럼 어떻게 해야 효과적일까요? 질문자가 제기했듯이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의견이 많다면 진지하게 논의해보세요. 스님의 생각이 중요한 게 아니에요. 스님은 여러분들의 관념을 깨뜨리는 역할을 하고, 여러분들은 현실에 토대를 두고 이 문제를 살펴봐야 되겠죠. 그래서 모둠을 편성하는 문제는 다시 토론하거나 검토해봐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저는 여러분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소통을 하고 있는 겁니다. 결론이 안 나면 2월 한 달 내내 토론을 더 해도 됩니다. 그러니 서두르는 게 아닙니다. 죽었으면 장례를 치르는 것을 갖고 서두른다고 해서는 안 됩니다.
‘결론이 났으면 집행을 빨리 하는 게 낫고, 결론이 안 났으면 토론을 더 하는 게 낫다’
이렇게 관점을 갖고 충분히 토론하고 의견을 나누기 바랍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에 관계되는 것은 스님이 마음공부의 관점에서 바르게 지도하겠지만, 어떻게 운영하면 효과적인지에 대한 문제는 세속적인 일이기 때문에 스님이 앞을 내다보고 의견을 내지만 스님이 결정할 생각은 없습니다. 이것은 여러분이 의논해서 결정을 내릴 일입니다.
지금 제일 많이 제기되는 것이 활동가와 비활동가를 같이 모둠에 편성하자는 것인데, 활동가와 비활동가를 함께 모둠에 편성하면 제가 생각하기에는 활동가들이 힘들 것 같아요. 어떤 일이든 의기투합해서 해야 신이 나서 하고, 효과도 나고, 고생해도 재미가 있는데, 7명의 모둠원 중에 3명은 일하고, 4명은 아무것도 안 하면, 일하는 3명의 기운이 빠지게 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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