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을 하는방법
“명상은 모든 고뇌가 사라지고 몸과 마음이 편안해져서 마음의 상태가 고요함에 이르는 것입니다. 명상은 기본적으로 세 가지 요소를 갖춰야 합니다.
첫째,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가져야 합니다.
둘째, 마음이 한 곳에 집중되어야 합니다.
셋째, 그 집중된 것에 대하여 뚜렷한 알아차림이 유지돼야 합니다.
먼저 여러분의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하십시오. 긴장하지도 말고, 잘하려고 애쓰지도 말고, 안 되니까 그만둬야겠다며 물러서지도 말고, 그냥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갖습니다.
그리고 마음을 콧구멍 끝에 집중합니다. 지금 마음을 콧구멍 끝에 집중해보십시오. 내가 숨을 쉬고 있나, 숨을 안 쉬고 있나 한번 확인해 보세요. 확인해 보면 ‘숨을 쉬고 있구나’ 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숨이 들어오기도 하고 숨이 나가기도 합니다. 숨이 나갈 때 나가는 줄 알아차리고 숨이 들어올 때는 들어오는 줄 알아차립니다. 바깥의 소리에 마음을 빼앗기면 숨이 들어오는지 나가는지 모르고 호흡을 놓치게 됩니다. 경전에 보면 ‘바깥에서 천 개의 벼락이 쳐도 꿈쩍하지 않고 다만 호흡을 알아차린다’고 나옵니다.
몸에서 일어나는 이런 저런 감각에 마음을 빼앗기지 말아야 합니다. 다리가 아프다든지, 어디가 가렵다든지, 이런 데에 마음을 빼앗기면 안 됩니다. 졸음에 마음을 빼앗겨서도 안 됩니다. 과거 생각이나 미래 구상에 마음을 빼앗겨서도 안 됩니다. 밖에서 어떤 소리가 들리든, 몸에서 어떤 감각이 일어나든, 졸음이 오든, 머릿속에서 과거의 생각이나 미래의 생각이 떠오르든, 거기에 마음을 빼앗기지 말고 오직 마음을 코끝에 집중해서 숨이 들어오고 숨이 나가는 것을 알아차립니다.
만약에 나도 모르게 놓쳤다 하면 ‘놓쳤구나’ 하고 알아차리고 다시 들숨과 날숨을 알아차립니다. 놓쳤다고 ‘실수했다, 잘못했다’ 이렇게 생각하면 안 됩니다. 놓쳤으면 ‘놓쳤구나’ 하고 알아차리고 다시 호흡을 알아차리면 됩니다.
다시 말씀드리면 먼저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가지고 마음을 콧구멍 끝에 집중해서 들숨과 날숨을 알아차립니다. 놓치면 ‘놓쳤구나’고 알아차리고 다시 호흡을 알아차립니다. 이렇게 꾸준히 해나갑니다. 처음에는 자꾸 놓치지만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알아차림이 길어집니다.
자세는 왼발을 오른발 위에 올리든 오른발을 왼발 위에 올리든 먼저 반가부좌를 합니다. 그리고 두 손을 가지런히 모읍니다. 오른발을 왼발 위에 올려 앉을 때는 오른손을 왼손 위에 올립니다. 반대로 왼발을 오른발 위로 올려 앉을 때는 왼손을 오른손 위로 올립니다. 허리를 꼿꼿이 펴고 눈을 편안하게 감습니다. 몸에 긴장이 들어간다면 긴장을 풉니다.
그리고 마음을 콧구멍 끝에 집중해서 들숨과 날숨을 알아차립니다. 놓치면 다시 합니다. 조금 된다고 들뜨지 않고, 조금 안 된다고 좌절하지도 않고, 그냥 꾸준히 해나갑니다. 죽비를 세 번 치면 명상을 시작하고 죽비를 세 번 치면 명상을 마칩니다.
죽비를 세 번 치면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서 법당 안을 천천히 걷습니다. 걸을 때는 자기 동작에 깨어있습니다. 왼발이 나갈 때는 왼발이 나가는 줄 알고, 오른발이 나갈 때는 오른발이 나가는 줄 압니다. 일어설 때는 일어서는 줄 알고, 걸을 때는 걷는 줄 알고, 움직일 때는 움직이는 줄 알고, 설 때는 서는 줄 알고, 앉을 때는 앉는 줄 압니다. 이렇게 자기 동작에 깨어있습니다. 앉아 있을 때 죽비를 세 번 치면 호흡을 알아차리고, 죽비를 세 번 치면 가부좌를 풀고 조용히 걸으면서 동작을 알아차립니다.”
“자세를 바로 합니다. 가부좌를 하고 두 손을 앞으로 가지런히 모으고 허리를 꼿꼿이 펴고 눈을 지긋이 감습니다. 마음을 콧구멍 끝에 모아서 들숨과 날숨을 알아차립니다. 놓치면 다시 알아차립니다. 바깥에서 어떤 소리가 들리더라도, 몸에서 어떤 감각이 일어나더라도, 졸음이 오더라도, 어떤 생각이 떠오르더라도 거기에 마음을 빼앗기지 말고 오직 콧구멍 끝에 집중해서 숨이 들어올 때는 들어오는 줄 알고, 숨이 나갈 때는 나가는 줄 알아차립니다. 놓치면 놓쳤구나 알아차리고 다시 호흡을 알아차립니다. 꾸준히 해나갑니다. 긴장하지도 말고, 잘하려고 애쓰지고 말고, 몸과 마음을 편안히 한 상태에서 다만 호흡을 알아차립니다.”
○사념처에 의지하라
“아난다가 부처님께 여쭈었습니다.
‘우리는 늘 부처님을 의지하고 살아왔는데, 부처님께서 열반하시면 우리는 누구에게 의지해야 합니까?’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사념처에 의지하라고 하셨습니다.
‘첫째, 몸의 상태를 있는 그대로 알아차려라. 몸은 성스러운 것이 아니라 부정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몸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
둘째, 느낌이 괴로움이라는 것을 알아차려라. 우리는 기분이 좋다는 즐거움으로 행복을 삼습니다. 그러나 사실은 이 즐거움은 곧 괴로움의 원인이 됩니다. 그래서 즐거움의 본질이 괴로움임을 보면 결국 모두 다 괴로움입니다. 그래서 느낌은 곧 괴로움이라는 것을 알아차려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느낌에 집착할 필요가 없습니다.
셋째, 우리의 마음은 항상(恒常)하지 않아서, 영원하지 않으며 늘 순간순간 변화한다. 마음이라는 것은 늘 변화한다는 것을 알아차려라. 그러니 마음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
넷째, 법(法)이라는 것은 나라고 할 실체가 없다. 나라고 할 실체가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래서 법에도 집착할 필요가 없다.
이 네 가지를 올바로 알아차리고 있다면 늘 부처님과 함께 있는 것과 같다. 여래는 육신이 아니라 깨달음의 지혜다. 육신은 비록 너희 곁을 떠나지만 깨달음의 지혜는 영원히 너희 곁에 남아 있으리라.’
○계율을 스승으로 삼아라
아난다가 다시 부처님께 여쭈었습니다.
‘우리는 부처님을 스승으로 삼고 살아왔는데, 이제 부처님께서 계시지 않으면 누구를 스승으로 삼아야 합니까?’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계율을 스승으로 삼아라고 하셨습니다.
‘나의 가르침인 계율을 스승으로 삼아라. 계율을 잘 지킨다면 항상 나와 있는 것과 같고, 계율을 지키지 않는다면 설령 나와 함께 있더라도 나는 그 사람을 알지 못한다. 그래서 수행자는 먼저 계율을 지켜야 한다.’
오늘 우리가 하고 있는 명상은 부처님이 말씀하신 사념처(四念處), 즉 네 가지 알아차림에 의지하라고 알려주신 것 중 첫 번째에 해당됩니다. 첫 번째가 바로 몸에 대해 올바르게 알아차리는 것입니다. 몸에 대한 알아차림은 세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호흡을 알아차리는 것이고, 두 번째는 자신의 동작을 알아차리는 것이고, 세 번째는 이 몸이 무엇으로 구성되어 있는지를 알아차리는 것입니다. 즉, 사람이 죽고 난 뒤 시신이 썩어서 흩어져 없어지는 과정을 여실히 관찰하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것은 호흡을 알아차리는 것입니다.
○아나빠나 사띠, 호흡 알아차리기
열반(Nirvana)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이 네 가지 알아차림을 유지해야 하는데, 이를 ‘위빠사나(Vipassana, 觀)’라고 합니다. 위빠사나 중에 몸에 대한 알아차림이 있고, 그중에서도 범위를 좁혀 호흡에 대한 알아차림을 부를 때는 ‘아나빠나 사띠(Anapan-Sati)’라고 합니다. 호흡에 대한 알아차림이 잘 유지되면 다른 것에 대한 알아차림도 쉽게 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여러분도 호흡을 여실히 알아차릴 수 있도록 꾸준히 정진해야 합니다.
호흡을 알아차릴 때 가장 방해가 되는 것은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런저런 생각입니다. 이미 지나가버린 과거의 이런저런 기억들이 계속 떠오릅니다. 그리고 ‘내일 뭐 해야지’ 하고 미래에 대한 구상이 계속 떠오릅니다. 이렇게 과거의 생각이나 미래의 구상을 하다 보면 호흡을 놓치고 생각에 빠지게 됩니다. 이것을 두고 ‘망상을 피운다’고 합니다.
이런저런 생각은 떠오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생각에 따라가면 안 됩니다. 어떤 생각이 떠오르더라도 거기에 끌려가지 말고, 마음을 코끝에 딱 모아서 들숨과 날숨을 알아차립니다. 몸과 마음을 편안히 한 상태에서 마음을 코끝에 모아서 숨이 들어올 때 들어오는 줄 알고, 숨이 나갈 때 나가는 줄 압니다. 숨이 길면 긴 줄 알고, 짧으면 짧은 줄 압니다. 숨이 가쁘면 가쁜 줄 알고, 부드러우면 부드러운 줄 압니다.
내가 의지를 갖고 이러저러하게 호흡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가만히 있어도 호흡은 저절로 이루어집니다. 그 호흡의 상태를 알아차리는 것입니다. 긴장도 하지 말고, 애쓰지도 말고,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호흡을 다만 알아차릴 뿐입니다. 놓치면 ‘놓쳤구나’ 하고 다시 합니다.”
○수행을 방해하는 다섯 가지
“첫 번째는 먹고 싶다, 자고 싶다, 눕고 싶다는 등의 욕망입니다. 두 번째는 무언가 하기 싫다는 혐오입니다. 세 번째는 무언가를 하다가 잘 된다고 ‘이야, 이거 잘 되네’ 하고 들뜨는 마음입니다. 네 번째는 게으름입니다. 잘 안 되니까 그만두고 싶다는 게으름이 일어납니다. 다섯 번째는 회의적 의심입니다. ‘이걸 한다고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까?’ 하는 의심입니다.
이 다섯 가지가 정진하는 데 늘 장애가 됩니다. 그러니 이런 마음이 일어나면 ‘부처님께서 이런 마음이 정진에 장애가 된다고 말씀하셨다’ 하는 것을 알고 내려놓아야 합니다.
몸의 자세를 바르게 합니다. 가부좌를 하고, 허리를 펴고, 두 손을 앞으로 모으고, 눈을 지그시 감고, 마음을 코끝에 모아봅니다. 그리고 들숨과 날숨을 알아차립니다. 밖에서 어떤 소리가 들리더라도 거기에 마음을 빼앗기지 말고, 몸에서 통증이나 가려움 등 여러 가지 감각이 일어나더라도 거기에 마음을 빼앗기지 말고, 머릿속에서 지나간 과거의 이런저런 기억이나 미래에 대한 이런저런 구상이 떠오르더라도 거기에 마음을 빼앗기지 말고, 다만 숨이 들어오면 들어오는 줄 알고, 숨이 나가면 나가는 줄 압니다.
바닷가에 앉아 있으면 파도가 밀려오고 파도가 밀려나갑니다. 그것처럼 호흡은 저절로 들어오기도 하고 나가기도 합니다. 호흡이 들어올 때는 들어오는 줄 알고, 나갈 때는 나가는 줄 압니다. 그것을 주시하고 알아차리는 것에는 힘이 들 일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편안한 가운데 코끝에 집중해서 들숨과 날숨을 알아차립니다. 이것을 빨리어로는 ‘사띠(sati)’라고 합니다. ‘알아차림’이라는 뜻입니다“
“긴장하지도 말고, 잘하려고 애쓰지고 말고, 몸과 마음을 편안히 한 상태에서 다만 호흡을 알아차립니다.”
“수행은 누가 시켜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기가 하고자 하는 자발성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리고 명상을 할 때는 욕심을 내면 안 됩니다. 잘하려고 애를 쓰거나 욕심을 내면 오히려 장애가 됩니다. 편안하고 한가한 마음으로 임해야 합니다. 하다가 안 된다고 쉽게 그만두거나 좌절해도 안 됩니다. 이렇게 되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꾸준히 해나가야 합니다. 다시 정리해보겠습니다.
첫 번째, 자발적이어야 합니다.
두 번째, 욕심을 내면 안 됩니다.
세 번째, 긴장하지 말고 편안한 마음으로 임해야 합니다.
네 번째, 꾸준히 해나가야 합니다.
자세를 바로 합니다. 마음을 코끝에 딱 모으면, 내가 숨을 쉬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숨을 쉰다는 것은 곧 숨이 들어오고 나가는 것을 말합니다. 지금 이 순간에 실재하는 것은 숨이 들어오고 숨이 나가는 것뿐입니다. 나머지는 다 여러분의 생각으로 이루어진 것에 불과합니다. 생각으로 이루어진 것은 환상이고 가상입니다. 내가 편안히 앉아서 이 순간 실재하는 것, 숨이 들어오고 숨이 나가는 것에만 깨어있도록 합니다.
아무리 좋은 생각도 다 환상입니다. 조금 전 지나간 일을 생각하는 것도, 아직 오지 않은 미래의 일을 생각하는 것도 다 환상입니다. 생각이 아니라 지금 경험되는 것에 집중합니다. 숨이 들락날락하면서 피부를 자극해서 내가 호흡하는 것을 느낄 수 있는 것에 집중합니다. 콧구멍, 콧구멍 속, 윗입술 등 콧구멍 주위에서 감각으로 느껴지는 것을 제외하면 다 환상입니다. 콧구멍 주위에 딱 정신을 집중해서 느껴지는 감각에 완전히 깨어있습니다. 앉아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것은 명상하고 아무 관계없는 공상이나 망상을 하는 것에 불과합니다. 오직 콧구멍 주위에 마음을 모아서 피부의 감각을 알아차립니다. 공상을 하다가 호흡을 놓치게 되면 ‘아! 놓쳤구나’ 하고 다시 콧구멍 주위에 집중해서 감각을 알아차립니다.”
출처: <https://www.jungto.org/pomnyun/view/82423>
“호흡에 집중이 잘 안 됩니다.”
“호흡을 알아차리는 것에 집중이 잘 안 되는 것은 여러분이 자꾸 딴생각을 하기 때문입니다. 그건 연습이 많이 필요합니다. 처음에는 호흡하는 것을 금방 알아차릴 수 있죠. 그런데 여러분은 자꾸 딴생각을 해요. 딴생각에 빠져서 호흡을 놓쳐버립니다.
호흡은 항상 여기 있습니다. 앉아도 여기 있고, 서도 여기 있고, 걸어가는 동안에도 여기 있고, 목욕을 하는 동안에도 여기 있고, 자는 동안에도 여기 있고, 언제나 여기 가까이에 있습니다.
내가 관심을 가지면 호흡이 있다는 사실을 바로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러분은 관심을 안 갖고 늘 딴생각을 하니까 호흡이 있는지 없는지를 모르는 거예요. 호흡을 알아차리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찾는 것이 아니에요. 호흡은 여기에 항상 있어요. 관심만 가지면 알 수 있어요. 그런데 여러분이 딴 데 신경을 자꾸 빼앗기기 때문에 놓치는 거예요.
한마디로 산만하거나 집중력이 없는 거예요. 어떤 일을 할 때 한 군데에 딱 집중하는 힘이 없고 늘 이 생각 저 생각에 빠져 정신없이 살기 때문입니다. 이것을 자꾸 연습해서 호흡이 잘 알아차려지면 활쏘기를 해도 딱 집중이 되고, 총을 쏴도 딱 집중이 되고, 어떤 일을 할 때도 딱 집중이 됩니다. 이게 잘 안 된다는 것은 지금 여러분이 정신없이 산다는 뜻입니다.
다른 사람과 얘기하고 있어도 생각은 늘 다른 곳을 돌아다니는 거예요. 다른 사람과 얘기할 때도 눈은 상대의 눈을 보고, 귀는 상대의 말을 들으면, 상대가 무슨 말을 하는지 정확하게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러분은 눈과 정신을 딴 데 두고, 지나가는 소리로 들어요. 그러니 들을 때는 아는 것 같지만 나중에 물어보면 모르고, 기억도 잘 안 나는 거예요. ‘뭐라고 했지?’ 이러잖아요. (모두 웃음)
그건 집중력이 떨어지고 산만하기 때문입니다. 호흡 관찰은 집중력을 키우는 하나의 방법이에요.
그러니 꾸준히 연습해야 합니다.”
“호흡에 집중하고 싶은데, 왜 자꾸 생각이 떠오를까요?”
“사람의 정신작용은 늘 이 생각 저 생각이 떠오르도록 되어 있습니다. 아무 생각도 안 떠오르면 좋겠다고 해도 살아있는 사람은 그렇게 되지 않습니다. 잠잘 때도 생각은 계속 작용합니다. 의식을 잃어버려도 본인이 모를 뿐이지, 그럴 때조차 무의식은 계속 작용합니다.
그래서 집중이 가장 중요합니다. 짜이 생각이 떠오르는 것은 아무 문제가 없어요. 엄마 생각이 떠오르는 것도 문제가 없고, 여자 생각이 떠오르는 것도 문제가 없습니다. 그런데 그게 다음 생각으로 연
결되면 문제예요.
딱 집중이 되어 있으면 생각이 떠오르더라도 관심을 안 둡니다. 그러면 그 생각이 떠올랐다가 조금 있다가 사라져요. 마치 우리가 시장통을 지나갈 때와 같습니다. 시장통을 지나가면 이 가게, 저 가게에서 사람이 나와서 구경하고 가라며 날 붙잡잖아요. 그럴 때 끌려가서 이 가게에서 구경하다가 나오고, 저 가게에서 또 구경하고 나오는 것 같은 상태가 지금 여러분의 상태입니다.
그런데 가게 상인이 아무리 팔을 잡아당겨도 내가 아무 신경 안 쓰고 똑바로 걸으면, 그 사람들이
‘우리 가게 와요’ 하고 몇 번 따라오다가도 가버립니다. 따라오다가 가버리고, 또 다음 사람이 와서 따라오다가 가버리고, 또 따라오다가 가버려요. 그런 가운데 나는 천천히 그 시장 골목을 지나갈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 나는 시장에 무슨 가게가 있었는지 안 들여다보고도 다 알죠. 사람들이 ‘옷가게
들어오세요’, ‘시계 가게 들어오세요’ 이렇게 부르는 말을 다 들으면서도 나는 그냥 지나가니까요.
그런데 여러분처럼 한 가게에 들어가서 상인과 대화하고 얼마냐고 물어보면서 놀다 보면, 시장 골목을 아예 지나가지도 못하고, 그 시장에서 뭘 파는지도 다 몰라요. 가게 한두 개밖에 못 가봤으니까요.
호흡에 집중하는 것도 이와 같습니다. 온갖 생각이 일어나서 호객 행위를 하듯 나를 잡아당겨도 신경을 안 쓰고 호흡에 딱 집중하면, 어떤 무의식들이 떠올라서 나를 잡으려고 하는지 알 수 있어요. 30분만 딱 앉아 있어도 수많은 생각이 떠올랐다 지나가기 때문에 ‘아, 내 속에 이런 번뇌 망상이 있구나’ 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어떤 생각이 떠오르든 그 생각을 없애려고 하면, ‘없애겠다’ 하는 생각이 하나 더 생겨나서 더 복잡해집니다. 그러니 생각이 떠올라도 거기에 의미를 부여하지 말고 내버려 둔 채 오직 호흡에만 집중합니다.
지바카 병원 의사인 까미스왈 지의 예를 들어볼게요. 스님이 기침을 하면 이런 생각이 들죠?
‘아, 저렇게 기침하실 땐 이 약을 먹거나 이 주사를 놓아드려야 하는데. 잠시 후 수련 마친 뒤에 주사를 놓아드려야겠다.’ (모두 웃음)
이런 게 모두 망상입니다. 부처님이 생각나도 망상입니다. 명상 중에 일어나는 생각은 좋은 생각, 나쁜 생각 할 것 없이 전부 망상이에요. 오직 여기서 일어나는 감각, 다시 말해 호흡이 들어가고 나갈 때 코 언저리에서 일어나는 감각을 제외하면 다 망상이에요. 어떤 생각에도 의미를 부여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런데 여러분은 좋은 생각이 떠오르면 거기에 의미를 부여하기 때문에 계속 호흡에 집중을 못하는 거예요.”